취재진이 스타디움을 찾아간 시각은 점심시간을 막 지난 오후 1시경이었다. 경기장에는 식전행사가 이미 진행중이었으며 보도석에는 게임진행을 위한 3명의 해설자와 아나운서, 게임석에는 금일 경기의 주인공인 이윤열 선수와 이성은 선수가 본 게임에 앞서서 몸을 풀고 있었다.

신한은행배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한 정보는 이곳을 클릭하면 알아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미 오랫동안 게임리그를 진행했었던 메가웹스테이션에 비해 아이파크몰 이스포츠스타디움은 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전에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모여있던 풍경은 이제 옛날일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넓어진 공간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비상시에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대응과 효과적인 제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될 것이다.

특히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만큼 안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예상치 못한 사고의 발생이나 접근금지 구역에 참관인원의 무단진입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신한은행이 주관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2005년 신한 스타리그로 첫 발을 내딛고 2006년 상금을 대폭 상향하고 24강으로 확대 개편한 신한은행배 스타리그 2006으로 스카이 프로리그와 더불어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 2006 리그의 세번째 시즌이 진행중이며 아직 2007 리그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다.

게임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힘찬 응원함성으로 시작되었다. 각자 손수 만들어온 응원도구를 취재진의 촬영때마다 강조하는 모습이 이채로운 풍경이었다.

▲ 경기장의 객석에는 이미 모든 자리가 꽉 차 있었다.

경기는 펜텍EX 소속의 이윤열 선수(테란)와 삼성 칸 소속의 신예 이성은 선수(테란)간의 대전으로 리그 공식 맵인 롱기누스2에서 진행되었다. 약 30여분간 치러진 경기는 양 선수간 치열한 신경전과 국지전의 형태로 막상막하의 양상을 보이다 경기 중후반 이윤열 선수의 결정적인 드랍쉽 전략이 먹혀들면서 게임의 우열이 급격히 기울며 결국 이윤열 선수가 이날 1차전의 승기를 잡았다.

▲ 펜텍EX 소속 이윤열 선수의 모습

▲ 삼성 칸 소속 이성은 선수의 모습

▲ 1차전 경기는 이윤열 선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시간관계상 1차전만을 참관하고 나왔는데 양 선수간의 치열한 접전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서 세계 최강으로 불리우는 국내의 프로게임 리그의 위상을 느낄 수 있던 자리였었다.

그러나 본문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편식이 오래되면 영양실조가 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과연 이것에 대해 국내 프로게임업계는 어떠한 대비를 갖추고 있을까?

스타크래프트만으로 꾸려온 국내의 게임리그가 현재 봉착한 문제점은 또 무엇일까?

▲ 출시 10년을 바라보는 국내 부동의 스테디셀러 '스타크래프트'

1998년에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은 실시간 전략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었을 당시 국내에는 인터넷 카페 등으로 불리우던 PC게임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곳곳에 생기게 된다. 당시 국내 인터넷 인프라가 지금처럼 크게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설정 없이 단순히 게임 안에서 Battle.Net만 접속하는 것으로 손쉽게 전세계의 수많은 게이머들과 대전을 벌일 수 있었던 스타크래프트는 PC방의 보급과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게 된다.

특히나 높지 않은 하드웨어적 요구사양(간단한 싱글플레이 정도는 당시 윈도우즈95가 설치된 486PC에서도 무리없이 즐길 수 있었다.)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 뛰어난 그래픽과 개성있는 종족과 캐릭터라는 요소들이 국내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결정적인 요소들이었다.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는 2000년이 되어서도 사그러들지 않았는데 국내 프로게이머 1호로 회자되는 '쌈장' 이기석 선수의 탄생을 알렸고 이내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드물게 밀리언 셀러라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된다.

▲ 배틀넷은 이제 인터넷을 통한 게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너무 깊숙하게 자리잡은 탓일까?

스타크래프트 덕에 수많은 유명 게임 게발사들이 그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 게임시장에 대해 대사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일부 개발사들은 자사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내 우선 출시 및 한국 시장을 위한 다양한 특전 같은 파격적인 혜택도 제공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블라자드에 앞서 듄2와 C&C 시리즈로 실시간 전략게임의 아버지로 통하던 EA의 웨스트우드는 적색경보 2에서 적극적인 한글화와 한국관련 유닛 등을 추가하여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였지만 결국 흥행에서 실패하여 모기업인 EA에 의해 회사가 청산되고 개발팀이 EA로 흡수되는 비극을 겪기도 하였는데 솔직히 이것은 웨스트우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너도나도 스타크래프트 열풍에 노골적으로 독창성 없는 카피게임을 만들었던 국내 개발사들도 웨스트우드의 청산과 함께 하나씩 사라져갔고 오로지 스타크래프트만을 바라보는 국내 게임시장의 체질에 두손두발 들어버린 해외 개발사들도 더 이상 우리나라를 자사 게임의 테스트베드로 삼지 않았다.

▲ 다행히도 케인은 부활하였지만 이제 우리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는 없다.

이는 소위 한국에서 '마이다스의 손'이라 불리우던 블리자드 자신에게도 양날의 칼이 되었는데 수년동안 야심작으라 일컬어지며 스타크래프트를 대체할 것이라 예상되던 기대작 '워크래프트3'가 국내 흥행에서 어이없이 실패함으로서 스타크래프트에 길들여진 국내 게임시장의 편식체질을 더욱더 고착시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스타크래프트를 만들어낸 블리자드 자신들도 이제 손 쓸 수 없을만큼 국내 게임시장의 체질은 심각하게 편향적인 상태가 된 것이다.

특히 몇몇 게임전문 방송국의 천편일률적인 스타크래프트 위주의 방송편성과 국내 게임리그의 편향성, 임요환 선수같은 걸출한 노력형 천재의 등장은 악순환을 넘어 아예 이 게임이 국기(國技)로까지 발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 이것의 국내 흥행 실패로 블리자드는 중국시장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임산업의 발전은 다이렉트X의 버전과 정비례한다는 농담같은 설이 있다. 이미 외국은 3D 게임이 대세가 되었고 더욱더 다양한 게임의 개발과 수용을 통해 해마다 열리는 각종 게임대회에서 현란한 실력을 내세우며 저만큼 앞서나가 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을 더욱더 육성하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토종게임을 개발하고 외국의 다양한 게임들을 받아들여 보다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프로게임 산업 육성에 게임관련 업계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표절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카트라이더를 통해 토종 게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체험하였다. 다행인것은 국내 게임방송사들도 올해부터는 더욱 다양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그동안 지속된 편식의 고리를 끊고 전진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이들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이러한 게임계의 움직임에 전향적인 자세로 참여하여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 이제 '다이렉트X 1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