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 모 가전회사의 한 TV 선전에서 패널티킥 장면이 나오면서 아빠는 오른쪽, 아이는 왼쪽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나와 "나는 가운데~" 이러던 게 생각이 난다. 이제는 생방송도 DVD처럼 정지시켜 놓은 다음 볼 수도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라는 내용의 그 선전...

을 보면서 핏~! 하고 웃음이 났던건 아마 본인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PC에 TV 카드를 장착해놓고 녹화나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그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눈에 선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유행하던 홈씨어터가 가고, 이제는 홈 멀티미디어라는 단어가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솔직히 안을 들여다보면 "그냥 집에서 편하게 보고 들으며 놀기, 단 디지털로"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집에서 보고 들으며 놀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끽해야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서너달 전에 개봉했던 최신 개봉작을 빌려보거나, 아니면 주말의 명화를 시청하거나, 커다란 오디오에 CD를 넣어 음악을 듣거나 하던 것이 고작이었다. 혹자는 아직도 아날로그의 향수가 그리워 LP판에 모노 스피커 시스템을 갖추고 "나는 CD를 들으면 기계음이 들린다"는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시다.

그러던 가정의 모습은 HD방송과 같은 고화질의 방송, PDP의 가격하락으로 인한 대형 TV의 등장, 때맞춰 떠뜰썩하게 등장했으나 별볼일 없었던 홈씨어터와 DVD 등으로 바뀌게 되었다. 좁은 TV가 커지고, 커다란 비디오 테잎이 CD 크기가 되고, 노이즈 많았던 화면이 성형수술의 수술자국도 잡아내는 고화질의 영상으로 바뀌고, 앞에서만 웅웅거렸던 소리가 극장 비슷하게 5.1채널 7.1채널로 바뀌면서 우리들은 디지털의 힘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바뀌었을때 얼마나 좋은 화질과 좋은 음질을 지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지는 더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그냥 내가 집에만 들어가도 누군지 다 알아차리고 인사하고 말을 알아듣고 홀로그램으로 5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려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1980년대에 초등학교때 읽었던 과학책에는 2000년이 되면 사람들은 달나라로 여행을 할 것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아직도 기껏 대기권 밖으로 날리는 우주왕복선의 타일이 벗겨질까 말까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무튼 그런 꿈나라가 오기 전까지 아니, 그런 꿈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 살펴볼 홈 멀티미디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홈 멀티미디어를 간단하게 그냥 집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편하게 보고 들으며 노는 개념으로 설명했는데, 이런 전제에는 이미 좋은 화질과 음질이라는 개념이 녹아 있다. "무엇을?"의 차원을 넘어서 "그럼 그걸 어떻게?"라는 물음에까지 이르르게 된 것이 홈 멀티미디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기사를 통해서 홈 멀티미디어 환경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지금 당장 자신의 환경에 맞는 홈 멀티미디어 환경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어떻게 사용하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좀 더 윤택해질 수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다.